영희가 집의 해발고도를 알고 있을 때 영희의 집에서 남산타워의 정상을 잇는 직선과 수평선이 이루는 각도를 이용하여 남산타워의 높이를 계산하는 방법을 설명하시오.’
이화여대가 지난 23일 실시한 2006학년도 수시 1학기 수리논술시험 때 제시한 문제다. 이를 두고 ‘본고사냐 아니냐’는 논란이 일고 있다. 각 대학의 수시 1학기 논술시험은 교육부의 ‘논술고사 가이드라인’ 제시 시한인 8월 말 이전에 실시하기 때문에 ‘본고사’ 논란은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언어·수리·외국어 논술전문학원인 바칼로레아 아카데미는 31일 ‘이화여대 수리논술 분석자료’를 통해 “높은 수준의 계산능력과 공식 활용 능력을 측정하는 풀이형 문제”라며 “정확한 답이 있고 그 과정을 유추해내는 ‘변칙 풀이형’(본고사)이 아니냐는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학원측은 다만 “수험생들이 수학의 본질과 원리에 충실한지와 풀이를 위한 과정과 사고의 전개과정을 보고자 노력한 점은 있다”고 설명했다.
이 학원 정찬 소장은 “본고사가 수학 공식을 암기해서 문제를 풀어야 하는 시험이라면 이대 수리논술은 삼각함수 공식을 활용해야 하는 문제이기 때문에 본고사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정소장은 그러나 “대학 입장에서는 본고사 논란이 있는 문제를 내고 싶지 않겠지만 변별력을 감안하면 어쩔 수 없는 측면이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앞으로 논술을 치를 다른 대학도 이같은 출제유형을 따라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해 ‘본고사’ 논란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화여대측은 본고사가 아니라는 입장이다. 박동숙 이화여대 입학처장은 “논술문제 자체가 계산의 답이나 수치를 요구한 것이 아니라 주어진 상황이나 조건을 고려해 계산이 가능한지 여부와 계산을 어떻게 하는지를 묻는 문제이기 때문에 본고사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박처장은 “일부 학생들에게 이 문제가 어려웠다는 얘기가 있다”면서 “그러나 출제위원들이 가장 논술적인 문제라고 꼽은 문제”라며 본고사 논란을 일축했다.
대성학원 이영덕 평가실장도 본고사가 아니라는 입장이다. 이실장은 “수치를 주고 풀이과정과 답을 묻는 문제라면 본고사라고 할 수 있지만 문제의 풀이과정을 요구한 점에서 본고사라고 보기 힘들다”고 말했다.
반면 종로학원 김용기 수리담당 강사는 “본고사는 문제풀이와 서술을 통해 답을 구하는 것”이라면서 “이대 문제는 사회적 비난을 피하기 위해 답을 쓰게 하지 않았을 뿐이지 사실상 본고사”라고 주장했다.
그는 다만 “본고사 판별 여부가 ‘학교 선생이 감당할 수 있느냐 없느냐’에 있다면 감당할 수 있는 문제이기 때문에 본고사가 아닐 수 있지만 학생 입장에선 답을 하기 힘든 문제라 본고사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