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신문 사설(2003. 9.16)은 군대도 금지한 체벌을 학교에선 마음대로 한다며 인권을 존중하는 모든 선진국은 학교체벌은 금지하고 있는데 우리 학교는 여전히 폭력이 법적으로 보호받고 있다면서 체벌을 금지할 것을 주장하고 있다. 학교체벌을 적극 찬성하는 입장은 아니지만, 학교체벌이 야만스럽게 유독 우리나라에만 존재한다는 식의 강변과 폭력과 구분없이 동일시하며 매도하는 것은 그리 바람직하지 않다는 생각이다.
사실 체벌은 우리나라에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미국 및 캐나다에도 주에 따라 학교체벌이 상존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관습법(common law)과 판례(precedents)에 의거 체벌(corporal punishment)이 허용된다. 물론 많은 단체들은 이러한 체벌을 법으로 금지할 것을 주장하고 있지만 현재 27개 주에서 이를 금지하고 있을 뿐 나머지 23개 주에서는 여전히 체벌이 허용되고 있다. 캐나다에서도 8개 주에서는 체벌이 금지되고 있으나 5개 주에서는 허용되고 있으며, 오스트레일리아 1개 주에서도 체벌이 허용되고 있다고 한다.
물론 몇몇 선진국에 아직 학교체벌이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이 우리나라 학교 체벌을 정당화시켜줄 수는 없다. 그러나, 적어도 학교 체벌 존재자체를 그리 부끄럽게만 여겨야한다는 강박관념으로부터 어느 정도는 자유롭게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하여 우리나라 학교현장에서의 체벌의 의미와 기능 등을 되짚어보는 여유를 가질 수는 있을 것이다.
교육제도의 구성과 운영은 그 나라의 문화와 전통 등을 배경으로 한다. 미국에서도 학교체벌의 찬반을 둘러싼 논쟁이 지속되고 있으며, 예를 들어 최근에는 학생들이 체벌과 기타 다른 징계 중에서 선택하도록 하는 자발적 학교체벌(voluntary corporal punishment) 운영은 바람직한 교육적 효과를 가져온다는 연구보고도 있다. 이렇게 볼 때, 학교체벌을 둘러싼 논쟁은 미국에서도 쉽게 결말날 것 같지는 않다. 미국의 경우, 가정에서의 체벌은 엄격하게 금지하면서도 교사들에게 부모를 대신해서(in loco parentis) 체벌할 수 있도록 많은 주에서 이를 허용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특정 학생의 인권도 중요하지만 그러한 비행으로 인해 빚어질 다른 학생의 학습권 혹은 인권 침해 역시 교육 공동체에서는 무시될 수 없다는 점을 시사하는 것은 아닐까?
우리의 경우에도 당면한 교육현실 하에서 효과적인 교육과 훈육을 위해 교사들이 갖춰야할 덕목과 수단은 무엇이어야 하는가, 과연 학교 체벌은 이를 위해 어떠한 기능을 수행하고 있는가하는 관점에서 이의 타당성 혹은 폐지문제가 논의돼야 할 것이다. 우리는 미국 등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군사부 일체' 및 '사랑의 매'라는 관념이 지배적이었던 문화와 전통을 가지고 있다. 혹자는 시대착오적이라고 비난할지 모르지만 우리나라의 학교체벌은 우선 이러한 맥락에서 이해되어야 할 것이다. 우리는 학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