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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학생 신상정보 인터넷 공개 반인권적 행위 [한겨레]
  2004-03-25 오후 2:51:00, 조회:975  

학생 신상정보 인터넷 공개 반인권적 행위 

''2003 교무학사시스템 운영을 위한 자료 이관’이라는 교육청 공문이
시달된 뒤 전국의 학교가 뒤숭숭하다.
이 공문은 교원단체 등의 반발로 지난해 10월 시행을 연기했던
교육행정정보시스템(NEIS)을 올 2월부터 전격 시행하라는 지침을 담고 있다.
이 공문으로 일선 학교는 방학 전에는 계획에도 없었던 재학생의 
생활기록부, 건강기록부 학교종합정보시스템(CS) 자료를 교육행정정보시스템으로
이관해 확인하고, 진급 처리 및 상급학교 이송을 한다고 북새통이다.
학생들의 신상정보를 인터넷에 떠다니게 할 수 없다며 이관업무 거부선언을
한 담당자가 있는 학교가 서울에서만 80여곳이나 되고, 교육행정정보시스템
체제에서는 새학기 담임을 거부한다는 공동성명서를 제출한 학교도 있다. 

나는 보건교사다. 
우리는 교사이기에 앞서 의료인이다.
그런데 교육행정정보시스템 체제는 우리에게 의료인의 양심과 교사의
양심을 버릴 것을 강요하고 있다.
보건 분야에서 인터넷에 교육청이 요구하는 자료를 올리며 어떤 일이 생길까 


초등학교 1학년 때 했던 간질 발작은 보건일지에 기록되어 그 학생이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꼬리표가 된다.
소아 당뇨로 점심시간마다 인슐린 주사를 맞는 아이는 그 사실을 
친구에게 알리지 않으려 부단히 노력한다.
하지만 본인이 알리고 싶어하지 않는 질병기록, 신체지수가 본인의 허락없이
건강기록부에 기록되어 50년간 교육청 서버에 보관된다. 상담기록은 어떠한가 
불의의 임신으로 지속적인 상담을 했던 아이의 기록도 인터넷에 올려져
어느 날 어떤 가공할 힘에 의해 만천하에 공개될지도 모른다.


어떤 이는 그렇다면 기록하지 말라고 한다.
하지만 우습게도 클릭 하나로 일선 교사의 교육활동()을 들여다보는 것이
지도를 위한 것이라 대답하니, 이 체제에선 기록을 안하면 놀고 먹는
교사로 찍혀 퇴출 1호가 될 것이다.
보건교사들은 아침에 두통을 호소하는 아이에게 흑설탕물을 타주고,
생리통을 앓는 아이에게는 뜨거운 팩을 대주고, 이유없이 기운없는
아이와는 상담을 하는 것을 진정한 학교보건의 모델로 생각해왔다.
하지만 올 3월, 교육행정정보시스템이 시행되면 최대한 빨리 최대한 많은
학생들에게 약을 나누어주고 잘 기록하는 사람을 능력있는 보건교사라고
평가하게 될 것이다.
노트 필기를 잘하는 학생이 성취도가 높은가 우리는 지금 학교보건의
모델을 바꿀 것을 강요받고 있다.

이제 우리 아이에게 아파도 보건실에 가지 말고 안되겠거든 조퇴를
하라고 가르쳐야 할까보다. 
보건실 많이 이용한 허약한 놈이라는 기록이 혹시 아이 미래에 발목을
잡지 않을 거라고 누가 감히 장담하겠는가! 하지만 보건실은 아이들에겐
정말 필요한 학교에 하나밖에 없는 작은 복지공간인데.


이윤희/전교조 서울지부 보건위원장